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등산과 트레킹 열풍이 불고 있다. 제주 올레길과 각종 둘레길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인기를 반영하듯 한국관광공사의 걷기·자전거 여행 정보 사이트 ‘두루누비’에 등록된 트레킹 코스는 2022년 기준 2188개에 이른다. 걷기 열풍은 이후 ‘치유’와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져 종교 순례지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열풍의 중심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었고, 이는 국내에 있는 천주교 순례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자체가 앞장서 조성한 순례길은 5곳, 현재 계획 중인 길은 2곳이다. 천주교 순례길 조성을 담당한 지자체 관계자들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천주교 문화가 한국 전통문화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순교를 선택했던 신자들의 정신이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요소라는 데도 동의했다. 지자체와 교회가 손을 잡고 가장 먼저 조성한 순례길은 충남 당진시 버그내 순례길이다. 2010년 조성된 순례길은 솔뫼성지에서 시작해 합덕성당, 원시장·원시보 우물터, 무명 순교자의 묘, 신리성지까지 13.3km에 이른다. 이후 제주교구와 제주도가 손을 잡고 천주교 순례길(2012)을 조성했고, 충남 홍성과 예산, 서산, 당진 등 4개 시군이 조성한 내포문화숲길(2014)은 2021년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내포문화숲길에는 천주교 성지를 잇는 내포천주교순례길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 가장 긴 천주교 순례길은 원주시가 조성했다. 2022년 개통한 원주 천주교 성지순례길은 풍수원성당부터 배론성지까지 총 250km가량 이어져 있다. 김대건 신부의 자취를 따라가며 걸을 수 있는 청년 김대건 길도 용인시에서 조성했다. 은이성지에서 신덕·망덕·애덕고개를 지나 미리내성지까지 10.3km를 걸으며 순교 정신을 체험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 역사는 순례와 뗄 수 없다. 박해를 피해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았던 신자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걷고 또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숨어서 이동했던 길이기에 천주교 순례길에서는 시원하게 탁 트인 풍경을 찾기 어렵다. 천주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순례객을 사로잡기 위해서 길의 가치와 스토리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청년 김대건 길 문화관광해설사 옥영재(마티아)씨는 “순례길에 참여한 비신자의 경우 대부분 김대건 신부님이 최초의 한국인 신부라는 정보만 알고 순례한다”며 “용인시가 순례길의 인프라를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면 교회는 김대건 신부님의 삶과 신앙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성지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버그내 순례길의 종착지인 신리성지는 미사 시간 외에 방문객 중 70% 이상이 비신자다. 천주교의 정신과 이야기를 이 시대 사람들의 시선에 맞게 해석해 놓은 공간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신리성지 전담 김동겸(베드로) 신부는 “성지에 비신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하고자 미술관과 카페, 공원의 조경 등 보고 즐길 요소들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천주교의 유산이 담겨있는 성지도 결국은 이 시대 사람과 만나야 하기에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5년 희년을 공식 선포하며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두려움과 낙담으로 얼룩진 세계에서 기쁘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요청했다. 교황은 5월 9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聖門) 앞에서 주님 승천 대축일 저녁 기도회를 주례하면서 칙서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Spes Non Confundit, Hope Dose Not Disappoint)를 통해 2025년 희년을 선포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가끔 지치고 상처받는 일상에서 희망이 필요하다”며 “우리 마음은 진실과 선과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우리의 소망은 어떤 어두움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이 희년을 선포할 때 교황 양옆에는 추기경과 주교, 수도자, 외교사절 등 200여 명이 자리했다. 주님 승천 대축일에 앞서 마련된 이날 전례에서 교황은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안과 밖 모든 것들이 희망을 갈망하고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추구하고 있다”며 2025년 희년의 주제가 희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칙서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에 따르면, 올해 12월 24일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이 열리며 희년이 시작돼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 이어진다. 칙서에는 2025년 희년의 취지가 “신앙인들은 구원의 통로인 예수님과의 관계를 보다 친밀하게 가져야 하고, 교회는 항상, 어디에서나, 우리 모두에게 예수님을 우리의 희망이라고 선포해야 한다”고 설명돼 있다. 교황은 희년을 선포하던 저녁 기도회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근거를 두고 있다”면서 “다가올 희년 동안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희망을 기뻐하고, 숙고하고, 온 세상에 선포하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희년 축제를 준비하면서 보내고 있는 올해 기도의 해 기간에 너무나 많은 절망으로 가득 찬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그리스도에게 우리의 마음을 올려 드리자”며 “희망은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심각하게 상처받고 망가진 피조물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필요하지만, 특히 “오직 ‘지금, 여기’의 일에만 신경 쓰는 사람들과 개인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근심과 두려움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희년을 선언한 칙서에는 2025년이 325년 5월에 시작된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이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교회일치에 힘쓰는 기간이 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돼 있다. 칙서에는 가톨릭교회와 가톨릭신자들이 희년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주로 다뤄져 있지만, 교황은 “희년 축제에 타 그리스도교 교회와 공동체들의 참여,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의 재조명을 원한다”고 밝혔다. 니케아공의회에서 채택된 신경은 모든 교회가 일치하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신앙을 고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한 미군 반환부지를 정비해 시민에게 공개한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6만6000㎡, 약 2만 평에 달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은 서울 도심에서 푸르른 신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줄곧 ‘아이와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되고 있다. 개방 1년 만에 21만 명이 다녀간 용산어린이정원이 다크투어, 즉 재난이나 역사적 비극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가는 투어의 대상이 됐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동심을 키워갈 정원이 비극적인 장소로 지목된 이유가 무엇일까? 녹색연합의 용산다크투어에 동행했다. ■ 미군의 유류 유출, 용산에 괴물을 키우다 한강과 접해있어 선박을 통한 물류 운송이 용이했던 용산은 조선시대부터 물류 교역의 중심지였고, 이런 장점 때문에 조선군의 병참기지가 있었다. 이후 일본이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일본군을 한반도에 진주시키기도 했는데 이 중 20사단이 용산에 주둔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용산기지는 미군에게 돌아갔다. 1949년 병력을 철수했던 미군은 6·25전쟁이 끝난 후인 1953년 8월 15일 용산에 주둔했고 이후 60년간 용산에 머물렀다. ‘서울 속의 작은 미국’이라 불리며 반세기 넘게 금단의 구역이었던 용산 미군기지. 그 안에서 벌어졌던 잔혹한 일들은 그들이 용산을 떠난 뒤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며 보이지 않는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가 2017년 미국의 정보자유법(FOIA)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30년간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는 84건이다. 2001년에는 녹사평역 지하철 공사 중 지하수 유류 오염이 됐는데, 당시 미군은 휘발유 성분 유출은 인정했으나 등유 성분 유출은 인정하지 않았다. 2006년 녹사평역 지하수를 조사하자 5개 조사 지점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가 넘는 1급 발암물질 벤젠이 발견됐고, 여전히 기지 바깥으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의 군수품 공급지 역할을 했던 한강로 1가 1-1번지 캠프킴 자리에서도 2006년 다량의 유류가 퍼져있는 것을 한국전력 직원이 발견했다. 기름의 종류가 미군에서 사용하는 JP-8 항공유로 확인됐으나 미군은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기름이 유출된 상태의 땅을 반환받았고 땅값만 4조 원으로 알려진 금싸라기 땅에는 ‘사람이 살’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캠프킴에서 700m가량 떨어져 있다. 2000년 미군의 독극물 방류 사건도 화제가 됐다. 미 군무원이 시체방부처리용 포드말린 용액 470병을 영안실 싱크대에 쏟아부어 독성물질이 한강으로 흘러든 이 사건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준 녹사평역, 캠프킴 주변 등 기름 유출로 오염이 확인된 대지의 면적은 최소 1만2235㎡(약 3700평)에 달하고, 오염을 정화하는데 58억 원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 오염된 공간으로 초대받는 어린이 용산다크투어는 녹사평역에서 출발해 용산기지 담벼락길, 캠프킴,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이어졌다. 녹사평역 3번 출구를 나와 몇 걸음 걷자, 발아래로 이어진 집수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염된 지하수를 관리하고자 녹사평역 인근에는 40여 개의 집수정이 있다는 게 투어 가이드인 녹색연합 박상욱 활동가의 설명이다. 곧이어 도착한 이태원광장에는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청년들이 모여 있었다. 청년들 뒤로 보이는 그라피티가 그려진 철제 구조물은 젊음을 상징하는 이태원과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구조물 앞에 멈춰 선 가이드는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오염수를 모아둔 곳”이라며 “도시경관사업의 일환으로 몇 년 전 구조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구조물 뒤로 넘어가자 그라피티에 가려져 있었던 더러운 집수정의 원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체에 위험한 물질이 보관돼 있는 집수정은 화려한 그라피티에 가려져 바닥에 적힌 접근금지 표시를 발견할 수 없게 만들었다. 투어 참가자들은 “이렇게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데 겉모습만 바꾼다고 오염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삼각지역 인근 캠프킴 주변은 고층빌딩이 빼곡했다. 한눈에 봐도 금싸라기 땅임을 알 수 있는 현장을 바라보며 가이드는 “2006년 기름유출 사고 이후 여전히 캠프킴 지하수 주변으로 다이옥신과 비산 등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84번의 유류 유출 사고가 있었던 용산 미군기지 땅에는 사람이 안전하게 머물 곳이 없어 보였다. 그 땅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한국환경공단의 ‘(용산 미군기지)사우스포스트 환경조사 보고서’(2022)에 따르면 전체면적의 66.1%인 10만8920㎡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기준치 500㎎/㎏ 대비 36배, 비소는 9.4배, 납은 5.2배 등 여러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석유계총탄화수소에는 암 유발물질인 폴리아로메틱 하이드로카본 등의 물질이 들어있다. 환경단체들이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우려하자 2022년 5월 정부는 “임시 개방에 따른 노출시간, 노출량 등을 고려할 때 인체에 위해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어린이는 행동, 식습관, 대사 및 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일부 환경오염 물질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며 정원 개방을 반대했다. 하지만 용산어린이정원은 2023년 5월 4일 임시 개방됐다. 토양환경보전법, 국토계획법 등에서 도시공원 또는 어떠한 토지이용시설의 임시 개방에 관한 정의나 절차, 요건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용산어린이정원 ‘임시 개방’ 이면에는 시민들의 목숨값이 담보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도록 아름답게 꾸며놓은 정원에서 투어 참가자들은 웃고 즐길 수 없었다. 참가자 채경미씨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에 이렇게 위험 요소가 많은데 덮고 가리는 데만 급급한 정부의 모습을 체험하게 돼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며 “아이에게 좋은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온 정원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성씨도 “입장하면서부터 정원 관계자가 감시하고 따라붙는 상황을 겪으면서 국가의 감시와 통제를 피부로 느낀 시간이었다”며 “반인권적이며 반생태적인 이곳이 과연 국민들을 위한 장소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주요뉴스

시대에 응답하는 사제 양성 방법은?

수원가톨릭대학교 40년의 사제 양성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이 시대에 맞는 사제양성은 어떻게 이뤄져야할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원가톨릭대학교 부설 이성과신앙연구소(소장 전홍 요한 세례자 신부)는 5월 8일 수원가톨릭대 하상관에서 수원가톨릭대학교 개교 40주년을 기념해 ‘시대를 사는 사제, 시대에 응답하는 양성’을 주제로 제46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서 ‘수원가톨릭대학교 40년 사제 양성의 발자취’를 주제로 발표한 수원가톨릭대 교수 황치헌(요셉) 신부는 수원가톨릭대 개교 이전의 역사부터 초대 학장, 그리고 현 제12대 총장 재임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신학교의 사제 양성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조명했다. 이어 수원가톨릭대 교수 한민택(바오로) 신부가 ‘시노드적 양성을 위한 밑그림-신학생 양성을 중심으로’를, 대전교구 노은동본당 주임 김유정(유스티노) 신부가 ‘사제 양성자의 양성에 관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대전교구 가수원본당 주임 안동훈(안드레아) 신부와 수원가톨릭대 교수 김의태(베네딕토) 신부가 각각 논평했다. 한민택 신부는 시노달리타스와 신학생 양성에 관한 교회 문헌들을 분석하고, 특별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 제출된 한국교회 의견서를 살폈다. 그러면서 시노드적 양성과 관련해 검토해야 할 주제로 ‘계급문화와 전통’, ‘그릇된 엘리트주의’, ‘공동체적 식별’ 등을 제안했다. 김유정 신부는 사제 양성자에 관한 교회 문헌을 통해 사제 양성자의 역할을 조명했다. 또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의 ‘그리스도교 성소 인간학’ 연구와 여러 양성 모델들을 제시했다. 또한 이날 학술발표회 중에는 발표자만이 아니라 참석자 전원이 소그룹으로 토의하고 토의 내용을 공유하며 종합토론하는 시간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 참석한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는 격려사를 통해 “우리를 부르신 분은 그리스도이고, 우리를 양성하시는 분도 그분으로, 양성을 받는 신학생과 양성을 하는 사제이기 전에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학교의 동창생이고 동기”라면서 “오늘 학술발표회가 우리의 내적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리스도께 나를 내어 드릴 수 있는 자리, 선교적인 교회, 함께 걸어가는 교회, 이 교회가 필요로 하는 사제 양성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수원가톨릭대 총장 박찬호(필립보) 신부는 개회사에서 “사제 양성의 목적은 결국 그리스도와의 내밀한 친교를 통해 그리스도처럼 되는 것”이라며 “이 고귀한 목적이 현시대에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오늘 학술대회를 통해 우리의 근본을 상기하고 한 걸음 도약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넘치는 돌봄’의 역설, 올바른 의미·가치 찾아야

돌봄이 상품화되면서 돌봄의 부재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겐 심각한 생존의 위기가 된 이때, 돌봄의 인간적 의미와 가치를 성찰해 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원장 직무대행 최병인 교수)과 공동 주최로 ‘성찰: 돌봄과 현대사회’를 주제로 제20회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에서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간호학과 공병혜 명예교수는 ‘인간의 존재 방식으로서의 돌봄’에 대해 발표했다. 공 교수는 ▲인간 존재 방식으로서 돌봄 ▲거주로서 돌봄 ▲몸의 기억과 자기 정체성 ▲몸의 기억과 돌봄: 현상학적 체험 사례를 살펴봤다. “개인 삶의 근원을 향해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몸의 기억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거주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 공 교수는 “몸의 기억에 대한 현상학적 이해는 총체적인 몸의 능력의 회복을 통해 생활 세계에 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봄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경희대학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조태구 HK연구교수는 ‘현상학적 차원에서의 돌봄’을 주제로 발표했다. 고령자의 안락사를 종용하는 세상을 그린 일본 영화 ‘플랜 75’(감독 하야카와 치에)에 대한 언급으로 강연을 시작한 조 교수는 “돌봄이란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실천이자 가장 기본적인 도덕 가치”라며 “사람들은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돌보지 않을 때 놀라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동국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구은정 교수는 ‘다원주의 관점으로 본 돌봄’을 주제로 발제했다. 앞서 박은호 신부는 환영사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돌봄을 받아야 할 분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돌봄의 의미와 가치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각자가 돌봄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깊이 인식하고 또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살아낼 때 사회에 돌봄의 문화가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축사에서 “돌봄이라는 것은 타인을 향해 있으며 돌봄을 통해서 나를 온전히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그러면 돌봄은 단순하게 돌본다는 개념보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참된 의미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교회의, ‘기도의 해’ 사목 자료집 전자책 발간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교황청 복음화부 세계복음화부서가 펴낸 2024년 ‘기도의 해’ 사목 자료집 「저희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한국어 번역본을 최근 전자책(ebook)으로 발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025년 희년을 준비하며 기도의 해를 살아가기’를 부제로 한 사목 자료집은 86쪽 분량으로 기도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 2025년 희년을 위한 신자들의 기도 소개와 함께 장소와 대상에 따른 맞춤형 기도의 의미와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3장은 본당 공동체에서 봉헌할 수 있는 주님을 위한 24시간과 성체조배, 4장은 기도의 학교라고 할 수 있는 가정에서 봉헌할 수 있는 기도를 소개한다. 아울러 젊은이들의 기도와 수도원의 기도, 성지에서의 기도를 각각 자세히 안내한다. 사목 자료집 머리말에서 교황청 복음화부는 “2025년 희년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자료집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대화인 기도를 심화하기 위한 초대”라며 “기도를 통해 창조주와 계속되는 대화 안에 깊이 들어가 침묵의 기쁨, 자신을 내려놓는 평화, 성인들의 통공을 통한 전구의 힘을 발견하자”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21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 삼종기도 중 올해를 ‘기도의 해’로 선포하고 “기도의 해의 목표는 기도가 갖고 있는 가치와 그 필요성을 재발견하는 것이며, 개인 생활에서의 기도, 교회 생활에서의 기도 그리고 세계를 위한 모든 기도를 추구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주교회의는 2025년 희년을 준비하며 교황청 복음화부에서 펴낸 2024년 기도의 해 시리즈(Appunti sulla Preghiera: 기도에 관한 노트) 총 여덟 권을 우리말로 번역해 올해 중 출판할 예정이다. 한편 주교회의는 5월 7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종합 보고서」(Synthesis Report)에 대한 한국 교구들의 의견을 종합해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정리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를 5월 15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5년 희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교황청 복음화부에서 펴낸 2024년 기도의 해 시리즈(Appunti sulla Preghiera: 기도에 관한 노트) 총 여덟 권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판하기로 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총무에는 의정부교구 강주석(베드로) 신부를 재임명했다.

종합

수원교구 시흥지구 합동 유아세례

수원교구 시흥지구(지구장 최경남 베네딕토 신부)가 지구 합동 유아세례로 지구 내 어린 아이와 그 가정을 위한 큰 잔치를 마련했다. 시흥지구는 5월 11일 시화성바오로성당에서 지구 내 8개 본당 20명의 어린이를 위한 지구 유아세례를 거행했다. 시흥지구 가정사목(담당 강은식 에우세비오 신부)은 저출산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유아와 그 가정들이 유아세례를 더욱 성대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돕고, 유아세례와 가정에서 이뤄지는 신앙 전수의 의미를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이번 합동 유아세례식을 마련했다. 최경남 신부 주례로 열린 이날 합동 유아세례식에는 군자·능곡·목감·배곧·시화성바오로·시화성베드로·연성·장곡본당 유아세례 대상 어린이 20명과 가족 및 대부모 100여 명이 함께했다. 지구는 이날 유아세례식 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유아세례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 세례예식 전에는 부모교육을 마련, 유아세례의 의미와 자녀에게 신앙을 물려주는 가정의 중요성에 관해 전하는 시간을 보냈다. 예식 후에는 축하연을 마련해 각 가정들이 유아세례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시흥지구는 각 유아세례자의 이니셜이 새겨진 십자가를 선물하고, 각 가정이 이날을 기념할 수 있도록 포토존을 설치하기도 했다. 지구 유아세례를 준비한 강은식 신부는 “유아세례가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큰 축복인지 느낄 수 있도록 이번 지구 유아세례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강 신부는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있지만, 또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세대 신자분들께도 더 관심을 보이고자 했다”며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세대들이 신앙의 불을 다시 키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세례식을 주례한 최경남 신부는 “지구 유아세례는 아기들의 세례를 더 크게 축하해 주려고 마련한 것”며 “우리 사랑하는 아기들을 하느님께서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지켜주시도록 우리 신부님들이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자작시 쓰고 교우들과 나누며 깊은 위로 받았어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삼각지성당(주임 박홍철 다니엘 신부)내 ‘마리아의 정원’ 방에서는 윤동주의 ‘서시’를 비롯한 시어(詩語)들의 낭송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 4월 26일부터 진행되는 ‘예수님과 함께하는 낭송 수업’이었다. 10여 명의 참가자들은 남궁경숙(안나) 시인의 지도로 함께 명시를 소리 내 읽어보는 한편 각자 써 온 자작시를 발표했다. 대부분은 처음 시를 써보고 발표하는 자리였음에도 ‘기억’과 ‘머무름’, ‘12월’ 등 저마다의 일상과 삶의 편린이 스며든 아름다운 시들을 나눴다. 병상에 있었던 아픔과 가족을 사랑하는 이야기가 녹아든 시에 때로 읽는 이들도 이를 듣는 참가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4회차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수업은 1~2회 동안 시인을 초대해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직접 쓰고 발표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3회에서는 집중적으로 시를 더 써보는 과정이 준비됐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라는 글을 듣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도 가졌다. 비록 길지 않았지만, 이 과정은 참가자들이 ‘표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 5월 24일 마무리될 수업은 박홍철 신부 강의와 한 명씩 지은 시를 낭독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이번 수업은 하느님과 신앙, 기도의 마음을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하는 시간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 시를 써보는 동안 언어와 글, 삶에서도 시선이 달라졌다는 평이다. 참석자들은 시를 쓰며, 또 다른 이들의 시 낭송을 들으며 치유를 받고 시를 가깝게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전문적으로 시를 써보고 싶은 용기를 얻었다”고도 밝혔다. “성당에서 그저 가볍게 목 인사만 하고 스쳐 간 관계였는데, 같이 수업을 들으며 시를 통해 그들 삶에서 배어 나오는 솔직함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시를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위로와 평온을 얻었습니다." 다음 수업을 기다리며 회원들의 어떤 시를 만날지 일주일 동안 기다려지는 즐거움을 느꼈다는 백진숙(데레사)씨는 “매주 화요일 평일 미사 강론 중 주임 신부님께서 복음과 연관된 시들을 읽어 주시는데, 그런 시간이 스며들어 더욱 시가 가깝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낭송 수업을 통해 일상에서 끌어내지 못한, 내면에 예수님 사랑이 깃들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계심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업에 함께하며 자작시를 나누기도 한 박홍철 신부는 “시를 포함한 문학적인 도구들, 또 노래 몸짓 등으로 기도나 하느님께 나아가는 방법을 확장하고 시도해 보는 그런 장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